본문 바로가기
사락사락_책갈피

태도의 말들 -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by 푸른보리 2020. 2. 3.



"한 사람이 주말 내내 마음에 걸렸다. 내게 서운해하는 느낌이 너무 분명해 나도 덩달아 서운해졌다. 어떻게 내게 서운해할 수가 있지? 그간 내가 보여 준 성의, 배려는 금세 잊었나? 달라진 말투, 바로 오지 않는 회신을 눈치챈 나는 이틀을 꼬박 불편한 마음으로 보냈다. 왜 내게 서운해하느냐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던 찰나, 소설 속 문장이 시선을 낚아챘다. "한번 써 본 마음은 남죠." 그가 내게 준 첫 마음이 떠올랐다. 그를 생각하면, 지금의 서운함이 상쇄될 만한 고마운 기억이 많았다. 우리는 때떄로 오해했지만 서로의 진심을 읽는 사이였다. 나는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고 그도 다르지 않다는 믿음이 있었다.


다음 날, 아무렇지 않은 듯 그에게 메일을 보냈다. 평소엔 잘 쓰지 않는 이모티콘을 써 가며 친근하게 안부를 물었다. 30분도 지나지 않아 회신이 왔다. 오해였다. 아니 오해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우리는 서로에게 받았던 마음을 이미 상기하고 있었다.


서로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변하기 마련인 마음을 붙잡고 서로를 토닥거리며 끌어당길 때, 우리의 첫 마음은 흩어지지 않는다. 내가 알듯 그도 안다.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을 써 봤으니까.





한번 써 본 마음은 남죠. 안 써 본 마음이 어렵습니다. 힘들겠지만 거기에 맞는 마음을 알고 있을 겁니다.

- 김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