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_일기
잃어버릴 뻔 했던 것
푸른보리
2017. 7. 4. 19:36
잃어버릴 뻔 했다.
잃어버린 줄만 알았다.
거의, 잃어버렸었다. 내일 왔으면 아마 영원히 잃어버렸겠지.
새로 똑같은 것을 사서 당신이 주었던 것 처럼 연기할까.
나 자신도 속이면서. 열심히. 이건 당신이 준거야, 당신이 준거야.
남아있던 한 짝의 귀걸이, 새로 산 귀걸이와 합치면, 결국 어떤 것이 당신이 준 건지 모르게 되겠지.
겉 모양은 똑같을테니까.
방에 들어와서 비어있는 한 쪽 귀를 만지던 순간, 가슴이 내려앉던 것을 느꼈다.
이걸 어떡하지. 어디서 빠진걸까. 세상에. 오늘 받은 귀걸이, 막 열어본 선물인데.
왜 이건 이렇게 쉽게 빠지는거지? 이걸 어쩌면 좋지.
풀어헤쳤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정신없이 잠그고,
다시 왔던 길을 바닥만 보면서 되짚어 돌아갔다.
찻길을 살필 때는 더더욱 암담해졌다. 여기에 떨어뜨렸다면 이미 바스라졌겠구나.
구부러진 14K 프레임, 내가 펼 수 있으려나. 이런건 After-sales Service가 될까.
After service라는 건 적합한 표현이 아니야.... 점점 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어디로 향하는지 모를 생각들이 산발적으로 떠올랐다.
바닥을 울고싶은 마음으로 눈으로 헤집으면서 돌아왔다.
그리고 귀걸이는, 멍청하게 떨어져 있었다. 바로 내 책상 앞에.
멍청한게 귀걸이인지 나인지 헷갈렸다.
마음졸이며 걸었던 그 순간이 뭔가.. 울컥해졌다. 타이핑을 해야겠다. 이걸 적어야겠어.
다시 당신에게, 내가 당신이 준 것을 아끼고 있다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