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담항설_ 길 위의 노래
어떤 슬픔은 어렴풋한 슬픔이고
어떤 슬픔은 처절한 슬픔이다.
소소한 슬픔도, 아련한 슬픔도, 잊혀가는 슬픔도,
문득 기억이 떠올라 때때로 가슴이 아파지는 슬픔까지, 같은 슬픔조차도 사실은 전부 달라.
책을 읽고 풍부한 단어를 알게 된다는 건,
슬픔의 저 끝에서부터, 기쁨의 저 끝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감정들의 결을 하나하나 구분해내는 것.
정확히 그만큼의 감정을
정확히 그만큼의 단어로 집어내서
자신의 마음을 선명하게 들여다보는 것.
같은 단어를 알고 있다면
감정의 의미를 공유할 수 있고
같은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
감정의 흐름을 공유할 수 있어.
그리고 그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네가 전에 나한테 왜 시를 쓰냐고 물은 적이 있지.
우리는 매일을, 매일의 모든 순간을 살아가지만,
그중 어떤 순간은 아주 특별한 거야.
단순히 이 순간을 글로 남겨 기록한다면
내가 초여름 한낮에 토끼를 처음 보았다고 적을 수도 있겠지.
물론 그것도 아주 특별한 글일거야.
하지만 말이야.
어떤 순간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싶어져.
초여름과 한낮과 토끼만이 아닌, 나의 마음과 너의 마음을 함께.
내 마음속에서 가장 귀한 단어를
몇 번이나 고르고 골라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정확한 문장을 만들고 싶은 거야.
귀한 보물을 고운 비단보에 담아 간직하듯이.
때때로 이걸 다시 펼쳐보았을 때,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한 모든 것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도록.
나를 움직이는 것이
나의 '선의' 이길.
내가, 수많은 감정들 중에서
'선의'를 가장 앞에 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